2008년 9월 8일 월요일

신기전: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을!!


영화 신기전을 보고 왔다.

"신기전"이라는, 세계 최초 다연발 로켓 무기를 소재로, 조선 세종때를 배경으로 하여,
여러가지 허구적인 재미를 섞어서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내세우고 있는
절대강국을 꿈꾼 세종의 비밀병기 (신기전)
대륙이 두려워한 조선의 비밀 이것이 완성되면 역사가 뒤집힌다!

라는 말은, 과연 영화 홍보를 위한 과장인지,
아니면 역사적 사실에서는 정말 어떠했는지 궁금해졌다.


로켓의 시작
일단 세계 최초의 로켓이 무엇이었는 부터 보고자 한다.
문헌상에 알려진 세계 최초의 로켓은 중국 금나라 1232년에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는 "비화창(飛火槍)"이다. 창의 앞부분에 매달아 놓은 통에 화약을 넣고 발사하면 비화창은 적진에 날아가 터지면서 적진을 불태웠다고 한다.
 
이 후에 이것은 "화전(火箭)"이라는 형태로 동양에서 발전하게 되었고, 몽고에 의해 유럽에도 전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화(走火)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는 고려 우왕4년 최무선의 화통도감을 기반으로 왜구에 대한 군사력 증강 차원에서 만들어졌으며 '주화'의 위력은 왜구들과의 진포 (현 군산)해전(1380)을 통하여 그 위세를 떨쳤다. 주화는 당시 화살보다 훨씬 먼 거리를 사정 거리로 하였기 때문에 그 위력은 막강하였다.

 
                                             <최무선과 주화(走火)>


그리고 드디어 "신기전(神機箭)"이라는 것은 1448년(세종 30년)에 이 주화에 발화통을 장치하여 개량시킨 것으로, 화차 위 신기전기에  설치 할 경우 수십 발을 자동으로 한 꺼번에 발사할 수 있다. 
즉 주화는 로켓의 원리로 화살을 먼 곳으로  쏘아 올리는 것이 었다면, 신기전은 더 나아가 적진에 떨어졌을 즈음에 발화통이 자동으로 터지게 되어 있어서, 더욱 위력적이었다.



화차를 이용해 100발까지 대량 장전하여 발사하는 것에 대한 공식적인 개발 기록은 문종 때인 1451년에 나와 있긴 하지만(그 전에는 대나무통에 하나씩 장전하거나, 한 발을 올려 놓을 수 있는 거치대를 이용하였다고 한다.), 세종실록에도 화차를 이용한 신기전 발사 훈련을 암시하는 언급이  있었다고 하니, 세종 때에 신기전이 완성이 되었고, 화차를 이용한 다연발 로켓 발사도 어느정도 시험단계 이상까지 가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신기전의 역사적 의의
최초의 로켓인 비화창을 개발한 것은 중국이지만 그들의 기술력으로는 로켓이 날아가서 적을 공격하기 전 아군쪽에서 먼저 터질 수 있는 단점이 존재했었다. 이에 비해 우수한 제지술로 만들어진 조선의 종이는 날아갈 때까지 화약을 터지지 않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한다.
또한 0.3mm 정도의 미세한 차이 까지 정밀하게 설계하여 "신기전"이 개발 되었는데,
신기전의 존재와 설계도는 1975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채연석 박사에 의해 비로소 다시 발견되어 세계우주항공학회(IAF)로부터 세계에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로켓설계도로 인정받았다. 또한 세계 최초의 다연발 로켓화포이며, 서양의 로켓 무기보다 340여년 이상 앞선 것이었다.


 




신기전의 개발 배경
아무튼, 신기전의 첫 개발 당시 사용 목적은 의주성에서, 압록강 넘어 여진족들을 효과적으로 물리치기 위해서 였다. 때문에 압록강은 거뜬히 넘을 수 있어야 했기에, 사정거리는 적어도 1.5~2km 정도는 되어야 했다. (대신기전 기준)
또한 강대국에게 조공을 받쳐서 화약과 무기를 겨우 얻을 수 있는 약소국에서 벗어나고, 자주적인 국방을 이루고, 그들에게 얕보이지 않는 우리만의 기술력과 힘을 보여줘야 했던 시기였다.



신기전의 종류 - 신기전은 총 4가지가 있다.

<위에서 부터 차례로, 대신기전, 산화신기전, 중신기전, 소신기전이다.>

첫 번째로, 대신기전(大神機箭)이 있는데  총 길이가 5.6미터나 되고, 사정거리가 1.5~2km 이상되는 대형 로켓이었다. 그 당시 가장 큰 대포였던 장군화통(將軍火筒)에서 발사된 대전의 길이가 1.9m였다고 하는 데, 그 것을 훨씬 뛰어 넘는 위력적인 무기로 짐작된다. 세종 때 90개가 제조되어 의주성에서 사용된 기록이 있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산화신기전(散化神機箭)이라는 것이 있는데,  산화신기전은 대신기전을 응용하여 만든 로켓으로 "불을 흩어놓는 신기전”이라는 뜻을 가졌다. 전체적인 크기는 대신기전과 같으나 다만 산화신기 전은 대신기전의 발화통을 사용하지 않고 약통의 윗부분을 비워놓고 그곳에 안정막대가 부착되지 않은 여러 개의 소형 로켓인 지화통(地火筒)와 소형의 종이 폭탄인 소발화통(小發火筒)를 서로 묶어 점화선으로 연결한 점이 다르다. 따라서 목표지점에 산화신기전이 도착할 때쯤 소형 로켓에 점화되어 사방으로 흩어지며 소발 화통이 폭발하게 설계되었고, 주로 적을 교란하기 위해 쓰였다고 한다.

중신기전과 소신기전은 크키가 각각 1.45m, 1.15m정도 되는 대나무 화살의 앞부분에 화약통을 단 모양인데, 중신기전은 추진화약으로 날아가다가, 약통에 들어있는 화약이 폭발하게 되어 있다. 사정거리는 200~250m 정도로 추산된다. 소신기전은 중신기전과 달리 폭발하는 화약은 없으며, 사정거리는 100~150m 정도이다.
참고로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사용한 조총 유효사거리는 50~100m였고, 그 당시 활의 사정거리는 50~60m 였다고 하니, 중신기전 소신기전만 하더라도 획기적인 무기였을 것이다.




세종, 그 이후의 신기전

 

세종의 영향을 많이 받은 문종은 세종의 유지를 받들어 신기전 기술 발전을 힘썼으나,
아쉽게도 재위 2년 만에 승하하게 된다.
그리고 임진왜란 때 (1593년 2월 12일) 행주산성에서 조선군 병사 2,800명과 3만 명의 왜군이 싸웠을 때에, 신기전이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다고 한다. 왜군을 무찌른 권율 장군은 “행주산성의 승리는 우리가 화차(火車)를 가지고 있었음이라.” 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신기전은 영조 4년(1728년) 안성에서 반군을 진압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마지막이고, 현재에는 실물도 남아있지가 않다. 최근 여러 곳에 전시되어 있는 모형은 조선의 예절서인 <국조오례서례>에 남겨진 설계도를 바탕으로 재현한 것이다.
 


신기전의 상징성
자주적인 외교국방을 지향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중시했던 세종 때 시작되어,
실학과 서양기술을 받아들이고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었던 영조 때를 끝으로 사라진 신기전. 신기전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과학적 우수성과 외세에 굴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의지가 담긴 비밀병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물론 이런 엄청난 무기는, 과학기술을 소흘리 하는 대부분의 세월을 따라서 역사 속에 묻혀지고 잊혀지게 되었지만, 최근 20세기에 다시 재발견이되어 (그것도 조선의 예서인 국조오례서례에서 설계도가 발견됌) 최근에 실물로 재현까지 되고, 오늘에 와서는 영화 소재로까지 사용이 되었다.

자고로 과학기술을 중요시 하고, 과학기술 발전에 힘 쏟는 나라가 강대국이라고 할 수 있다. 세종은 그런 강대국을 꿈 꾸었던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은 과학기술 발전은, 세종 때의 그 노력에 비하면 너무 낮은 편이다. 이공계를 기피현상이다 뭐다라는 말이 나오고, 기초과학 발전에 대한 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또한 신기전이라는 무기는 그 당시 강대국인 명나라 몰래 추진해야 할 수 밖에 없던 프로젝트였었는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오늘날 우리나라는 사거리 300km이상의 로켓은 강대국인 미국의 제한조치 때문에 개발이 불가능 하다. 이 사거리 또한  2001년 이전에는 사거리 180km 까지만 허용이 되었었다. 이런 조치도, 사실은 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우리나라가 미국 몰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미국에서 79년에 강제로 제한을 걸었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러므로, 어느 시대에서나 우리는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중하고 노력만 하면 과거의 신기전처럼 멋지고 뛰어난 기술력을 이뤄낼 수 있음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참고 목록]

네이버 백과사전, 신기전
세계 최초의 다연발 로켓화포 ‘신기전’의 역사  (뉴스엔, 2008-09-01)
한국 '미사일주권' 제한돼. (동아일보 2006-6-18)
행주대첩의 숨은 공로자- 화차와 신기전 (Kisti의 과학향기, 2006-2-8)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 신기전 (박재광, 국방품질 20호, 2002)
최무선과 "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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