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5일 토요일

혼돈과 신비의 도구 거울, 그리고 거울과 관련된 영화


장자(莊子)는 자신이 꿈 속에서 나비가 되어 날았던 이야기를 꺼내면서 말하기를,
내가 꿈 속에서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지금 사람이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
이 일화는 호접몽(胡蝶夢) 또는 장주지몽(莊周之夢)이라고 불리는 오래되고 유명한 이야기.

이렇듯 "꿈"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겐 환상적이고 신비스러운 영역으로 여겨졌다.



영화 "비몽(悲夢, 2008)"

최근 개봉한 영화 "비몽(悲夢)" 또한 이런 초현실적인 영역인 "꿈"을 소재로한 특별한 영화이다.

그런데 꿈 만큼이나 우리 일상의 특별하고, 신비스러운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거울(mirror, 鏡)!!"이다.

거울은 말 그대로  현실의 어느 한 모습을 그대로 반사하여 보여지는 또 다른 형상이다.
실제 세계의 한 부분을 똑같이 복사한 모습이지만,  우리의 눈을 현혹하고, 착각에 빠져들게 하지만,
그 자체로는 실체가 아닌 그냥 껍데기 또는 이미지 일 뿐이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와 말하는 거울

동화 "백설공주"에서도 그 유명한 "말하는 거울"이라는 게 나와서
누가누가 세상에서 제일 이쁜지 마녀에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녀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뿐만 아니라, 거울속의 자아와 이야기도 하는 것.
곧 거울이 인격을 담은 마법의 물건으로 등장한 것이다.

 

거울의 공간적 효과

그런데 이런 거울이 하나가 아니라 그 수가 많아질 때는 어떻게 될까?

 
거울의 방,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베르사유 궁전에 가보면 "거울의 방"이 있다.
이 드넓은 방 양쪽에는 큰 창문들이 있는데,  한 쪽은 모두 거울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래서 이 거울의 방에 들어서면, 거울 창문에 비쳐지는 형상들 때문에 마치 다른 차원의 공간에 빠져드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불빛을 켜 놓는 밤에는 더욱 효과적이라서,
바로크 형식의 유럽 궁전에서 화려하고 환상적인 공간을 나타내기 위해 종종 쓰였다고 한다.
여기서 거울은 공간을 꾸미기위한 인테리어로서의 큰 역할을 맡은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거울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있는 이유는 거울의 반사효과를 통해  좁은 공간의 폐쇄적이고 답답한 느낌을 줄이기 위해
서라고 한다. 시각적 인테리어 효과로 보면 엘리베이터도 작지만 일종의 거울의 방인 셈이다.
(거울의 또 다른 효과중의 하나는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에 사람들이 거울에 자연스럽게 집중을 함으로서 지루함을 덜 느끼게 하는 점도 있다고 한다.)

 

 

 

거울의 방

그런데 이런 인테리어를 넘어서서, 수 많은 거울들이 방을 가득 매우게 되면 그것은 또 어떤 느낌일까?
여기서부터는 이제 거울은 혼란을 넘어서서, 미로가 되고 스릴이 되고 긴장이 된다.



영화 "용쟁호투 (龍爭虎鬪: Enter The Dragon, 1973)"
- 수천개의 거울에 반사된 이소룡의 모습은 이소룡의 프라이드 그 자체다.

이소룡의 대표작 "용쟁호투(龍爭虎鬪: Enter The Dragon, 1973)"를 보면 거울의방에서의 액션신이 나온다.
8,000개가 넘는 거울, 말그대로 온통 거울로 둘러쌓인 방에서 Lee와 Han이 결투를 하는 장면이다.
어느 곳에서 거울 사이로 적이 나타날지 모르는 긴장감, 무수한 거울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만화경 같은
이소룡의 모습이 담긴 이 장면은 사람들이 꼽는 용쟁호투 최고의 명장면이 되었다.[footnote]물론 거울방이
영화속 배경으로 쓰인 것은 용쟁호투가 처음은 아니다. 1947년 오손 웰스의 ‘상하이에서 온 여인’에서 먼저 쓰였다. 그 후로 헐리우드에서 다시 영화 '샤도우’(1994년), ‘탱고와 캐쉬’(1989년)에서 거울방이 등장하였고 최근 영화 중에서는 홍콩영화 '매드 디텍티브(2008)'에 거울방 총격신이 있다고 한다.[/footnote]

 
영화 "상하이에서 온 여인 (The Lady From Shanghai, 1947)"
- 여기서 거울 또한 미로와 왜곡의 시각적 효과를 보여준다. 
  이 효과는 후에 용쟁호투에서의 거울방의 모티브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거울의 효과에서 더 발전하여, 거울이 새로운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라면?
아니면 거울이 보여주는 것은 어떤 상에 대한 반사가 아니라,
현실과 생긴 것은 비슷하지만 다른 차원의 모습이라면?

위에서 영화들을 언급했었는데, 이번에도 영화로 얘기를 해볼까 한다.


리메이크 영화, "미러(Mirrors, 2008)"

올해 여름에도 어김없이 헐리우드에서는 여러가지 공포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도 제목이 "미러(Mirrors, 2008)"인 즉, 거울을 소재로한 공포물인데
이 영화의 원작은 바로 우리나라 영화였다.


 
영화, "거울 속으로 (Into the Mirror)"
- 깊은 밤 홀로 남은 자, 절대 거울을 보지마라!

그 것은 바로 2003년 여름, 유지태 주연의 공포-스릴러 영화 "거울 속으로 (Into the Mirror)".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에게 살해 당하는 괴상한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평소에 거울은 그저 자기 자신을 그대로 비추어 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실은 이 거울 넘어에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또 다른 세상에는 나와 똑같이 생겼으나 내가 아닌 그런 존재가 살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영화 속에서는 거울과 관련된 명화들을 예로 들면서, 거울 속 세계의 신비스러움을
끄집어서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싸인을 뒤집혀진 글씨로 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실은 거울에서
나온 사람 중의 하나라는 설이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싸인
- 레오나르도는 왼손잡이라서 좌우가 바뀌어 있다.   
  그의 글은 거울에 비춰야지만 정상적인 글로 보여진다.




- 거울 속의 또다른 '나'는 현실의 '나'를 노려보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유지태가 맡은 역할은 전직 경찰인데, 이 케릭터는 거울에 비친 이미지를
실제와 혼동하여 그 것 때문에 절친한 친구를 잃고 거울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거울을 무서워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이 거울과 관련된 살인사건에 빠져들게 되면서, 자신의 트라우마와도 싸우게 되고
영화 마지막에는 우리나라 영화사에 길이 남을(?) 신선한 반전도 마련되어 있다.


- 이 영화에는 우리의 강마에+_+, 김명민이 형사 역으로 등장한다.


공포영화로는 참패 했지만
반전영화로 길이 남을 영화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수를 24만을 넘기지 못하고, 말 그래도 완전 망했다.
왜냐하면 영화 포스터나 예고편에 나오는 "깊은 밤 홀로 남은 자, 절대 거울을 보지마라!"라는 경고문을
영화 속에서 관객들에게 정말 그렇게 느낄 수 있게 거울에 대한 무서운 이미지를 보여줬어야 했지만,
거울과 인물들과 또한 그것을 보는 관객들 사이의 공포에 대한 영화적인 연결이 부족했다.
그래서 리메이크된 영화 미러에서는 이 것을 극복하기 위해, 거울 속의 악마(?)같은 공포의 존재를
추가하여서 관객들에게 더욱 공포를 자극 시키고자 하였지만, 이 영화는 흥행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소재는 정말 신선했고 그렇기 때문에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되는 영광도 누렸다.
또한 이 영화는 적어도 네티즌 사이에서는 한국영화 중 손꼽히는 반전영화로 남게 되었다.

 



우리 일상 가까운 곳의 신비스러운 물건, 거울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거울이 발명되 전에는, 물에 비친 모습을 봐야 했다.
이태백이 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가 빠져 죽었다는 일화처럼, 물의 거울효과 또한 신비스럽다.
금속의 번쩍거리는 부분을 보고 거울처럼 사용하던 시기에 거울이라는 것은 하나의 보물이었다.
오늘날의 거울처럼 완벽하게 이미지를 반사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신비스롭고 귀한 물건이었을
것이다.
영화 "거울속으로"에서도 언급이 되기도 한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이라는 그림에 관한
일화를 들어보면, 르네상스 시대인 그 때는 오늘날과 비슷한 거울이란게 막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때인데
얀 반 아이크는 그림을 의뢰한 아르놀피니라는 재벌이 가지고 있던 "거울"이라는 것이 너무나 신비스럽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마치 거울 속에는 다른 세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그 화가는 "아르놀피니의 결혼"이라는 그림 가운데에 있는 거울 속에, 거울에 비춰지는 이미지 뿐만 아니라,
그림에는 안보이는 부분들(자신의 모습, 자신의 싸인, 좀 더 넓은 방의 모습)을 넣는다.

 
얀 반 아이크의 그림, 아르놀피니의 결혼
- 오른쪽은 그림 가운데 있는 볼록 거울 부분만 확대한 모습

거울 이라는 소재 하나 만으로도 "다빈치 코드" 소재 못지 않은 재미있는 상상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건축이나 예술 이야기에서 부터 무서운 이야기 까지....
우리의 일상의 흔한 도구인 거울이 알고보면 참 우리 인류에게는 신기한 도구였고,
그 것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따라 우리가 보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가 반사되어 나타나는 물건인 듯하다.


아무튼 거울이란,
사람이 만들었지만 사람을 빠져드게 하는 재미있는 도구임이 분명 !!




[참고자료]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있는 이유 http://www.econoi.co.kr/board/view.php?id=P000004&no=232
영화"거울속으로"의 소재에 관한 글  http://blog.naver.com/kittyley?Redirect=Log&logNo=9140180
거울관련 영화(뉴스)  http://www.donga.com/fbin/moeum?n=culture$j_828&a=v&l=2&id=200809240071
영화 "거울속으로"에서 거울 관련 명화와 다빈치 언급 부분 http://kin.naver.com/open100/db_detail.php?d1id=3&dir_id=301&eid=cvFjbkhWU8DA4dLBMX4Du1d7Q7d9WcRP&qb=v7XIrSCwxb/vvNPAuLfO&pid=fdcqOwoi5TGssvbctCZsss--477878&sid=SQHqd-LiAUkAADGH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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